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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프로야구의 우천취소, 진작 이렇게 하지?
위클리이닝 | 2011-11-04 22:05
9월 29일 오전부터 비가 내렸다. 사람들은 비 때문에 제법 쌀쌀한 날씨를 피해 옷을 두껍게 입고, 우산을 챙기고 나갔다. 오전 내내 내리던 비는 오후 들어서 잦아들기 시작했고, 저녁 6시 30분 전에는 완전히 그쳤다. 그리고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야구장에 찾아갔다. 두꺼운 옷을 입고, 우산을 든 채로, 야구장에 들어간 사람들의 숫자는 잠실 17,651명, 문학 8,162명, 목동 3,209명이었다. 평소와 비교할 때, 적지도 많지도 않은 숫자가 야구장을 찾았다.

갑자기 늘 똑같은 하루일 수도 있는 어제를 언급한 것은 어제 비가 왔기 때문이다. 비가 왔더라도 경기 전에만 그치면 야구는 할 수 있다. 배수 시설이 정말 엉망이 아닌 이상에야, 야구 역시 약간의 비 정도는 무리 없이 경기를 치룰 수 있다. 오히려 날이 너무 마르면, 내야 흙에 물을 뿌리기도 하니까, 그런 수고를 살짝 덜어줄 수는 있다. 선수들이 경기하기에도 비록 비 때문에 잔디가 젖어있거나, 흙이 젖어서 약간의 불편함은 있을 수 있어도, 적어도 야구 자체를 못하지는 않는다.

관중이 조금 불편할 수 있다. 아무래도 완벽하게 비가 젖지 않은 관중석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불편 정도는 한 번은 감수할 수 있다. 어차피 귀한 저녁 시간을 빼서 야구장에 오기로 마음먹은 이상, 그런 불편은 야구장까지 가는 수고에 비한다면,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비가 왔다고 해서 관중이 들지 않을 거라는 것은 일종의 고정 관념인 것이다. 당장 어제 관중의 숫자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어차피 가기로 마음먹은 이상 갈 계획이 있는 사람들은 무조건 간다.

참으로 오랜만에 선발승을 거둔 한기주. 그러나 2011년 6월 29일에 이런 비가 왔다면, 그의 선발 기회는 비 때문에 다음 기회로 미뤄졌을 것이다. 2011년 우천 취소는 분명 무원칙했다.(사진=KIA)

그런데 이런 원칙이 그간 시즌 중에 지켜지지 않았다. 그랬기 때문에 다른 때면 벌써 PO 준비가 들어갔어야 할 프로야구가 아직도 정규시즌의 막바지를 소화하고 있다. 물론 덕분에 가을 야구를 즐기는 팀도 생겼고, 치열한 승부의 현장이 끝까지 이어진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어떤 날은 두 게임, 어떤 날은 세 게임처럼 경기 일정이 들쭉날쭉하고, 긴장감 없이 늘어지는 경기가 이어진다는 점에서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이런 긴 일정을 애당초 막을 수 있었다는 점이 문제다.

물론 2011년은 예상 밖으로 비가 많이 온 한 해였다. 하지만, 비가 오고 그친 상황에서 경기를 강행하기보다는 그냥 하루의 휴식을 위해 취소하면서 빚어진 상황도 적지 않다. 그런 경기 하나하나가 쌓이면서, 진짜 비가 와서 취소된 것과 합쳐지니 각 팀 별로 일정도 불균등해지고, 결과적으로 순위 싸움의 중요한 변수가 되고 말았다. 야구 외적인 요소로 승부가 갈릴 수 있는 것은 그리 반가운 현상은 아니다.

무엇보다 이런 잦은 취소로 인해 비가 좀 내리면 야구팬들은 의례 경기가 취소되겠거니 하면서 야구장을 찾지 않는 학습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다. 시즌 막판 보여준 원칙적인 자세가 초반에도 견지되었다면, 야구팬들은 궂은 날씨에도 야구장을 찾았을 거라고 확신한다. 9월 29일의 관중 집계가 그것을 보여준다. 누가 보더라도 야구 할 수 없는 날이 아니라면, 야구는 매일 열리는 종목이기 때문에 그런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문제는 이 원칙이 2011년에 제법 많이 흔들렸다는 점이다.

이는 승부 때문에 휴식이 필요한 팀들의 사정 및 600만 관중 동원이라는 목표 때문에 궂은 날씨에 관중이 적게 올 것을 두려워 한 것이 원인이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 프로답지 못하다는 비판을 할 수 있다. 이미 월요일은 꼬박꼬박 쉬면서 그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후자의 경우, 관중 동원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경기는 천재지변이 없는 한 열려야 한다는 원칙과 배치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결국 작은 목표를 위해 큰 대의를 훼손했다고 지적해도 틀리지 않다.
 
어차피 10구단까지 늘린다면, 경기 수는 필연적으로 증가한다. (사진=이닝) 
 
그래도 올 해 시즌을 결산하면서 교훈을 얻었다면 다행이다. 어차피 10구단까지 늘린다면, 경기 수는 필연적으로 증가한다. 아무리 시즌을 일찍 시작하고, 늦게 끝낸다고 해도 비로 인해 취소되는 경기가 올 해처럼 나오면, 정상적인 시즌의 가동은 어렵다. 물론 그 때도 여전히 감독이나 선수들은 피로를 이유로 월요일 경기나, 더블헤더를 반대할 것이 뻔하지만. 그리고 그런 의견에 끌려 다니는 KBO도 한심하다. 감독이 규정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KBO가 원칙을 세우고 규칙을 정하는 것이다. 현장의 의견은 어디까지나 참고 사항이지, 그 의견에 끌려 다녀서는 안 된다. 그렇게 경기하기 싫으면, 아예 차라리 동전던지기로 승패를 정하는 것이 더 낫다.

결국 원칙의 문제다. 2011년 프로야구는 비 오는 날, 흥행과 휴식이라는 작은 이익 때문에 원칙을 하나도 지키지 못했고, 시즌 마지막이 돼서야 비로소 원칙을 지켰다. 그 날은 비록 편하고, 다음 날 날 좋은 날에 관중이 더 몰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때문에 궂은 날에는 야구장을 가지 않으며, 경기는 미뤄져서 오히려 휴식기간이 더 줄어들었다. 결국 원칙을 세우고 지키는 정석만이 프로야구의 흥행을 꾸준히 지키는 방법이다.

2012년 프로야구는 2011년 9월 29일처럼 경기를 운영했으면 한다. 궂은 날이라고 해서 야구를 못 하는 날은 아니다. 단지 날씨가 청명하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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