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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94년 키드, LG를 정말 믿습니다
위클리이닝 | 2011-10-06 00:27
31살 직장인입니다. 요새 놀림받는 것도 지칩니다. 장난스런 농담에 소심해져 생채기가 나네요. 주자는 많이 나갔는데, 홈으로 귀가하는 나의 쌍둥이는 늘 외롭습니다. 그만큼 점수를 내기보다 많이 주는 팀이 우리 LG입니다. 정말 상대 팀이 친 타구가 외야 끝자락에 떨어질 때면 한 없이 불안합니다.

회사에서 TV를 이렇게 보고 있는데, 정말 4위와의 게임 차가 줄어 들지를 않습니다. 죽도록 소리치고 응원했는데 그냥 힘만 빼고 오는 경우, 네. 인정하기 싫은데 점점 많아집니다. 저 멀리 들리는 상대 팀의 응원가만 늘 귓가에 맴돌고, 제 어깨도 쳐져만 갑니다.

“LG팬이라면 어디 가서 심성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농담 삼아 이야기 합니다. 시즌 초에 주장 인터뷰 믿고 유광 점퍼 구입 해 놓았는데, 잘못하면 옷장에 모셔 놓기만 할 것 같습니다. 정말 유니폼 새로 나오면 나오는 대로 구입했습니다. 검정색 원정 유니폼에서 잠깐이지만 바뀐 원정 유니폼도 구입 했습니다. 진짜 심성이 나빠진 상태에서, 변하지 않을까봐 요새 걱정입니다.

SUMMER CHRISTMAS에 입는 전용 유니폼이 나왔다고 해서 그것도 구입 해 준 팬들도 많습니다. 저도 그 중 하나입니다. 새 원정 유니폼 마음에 안 드네 뭐네, 그래도 구입 해 준 팬들 역시 많다는 것, 선수들이 더 잘 아리라 생각합니다. 잘 모르셨다면 1루측 LG팬들 유니폼 입고 있는 것 보세요. 정말 다채롭습니다.


청문회를 했던 우리들, 그러나 당신들이 미워서 그랬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변명이라고 해도 좋아요. 그런데, 정말 그렇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얼마 전, 팬들이 화가 나서 청문회를 했습니다. 사실 저는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 정말 한 마디 할 것 같았거든요. 누군가는 욕을 했고, 조롱을 했으며 비아냥거렸습니다. 최근에는 무성한 소문마저 돕니다. 선수단 그리고 감독 및 코치진에게 구단이 어떤 주문을 한다라고 이야기가 돕니다.

사실 팬들 입장에서는 매 시즌마다 어떻게, 그리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안 좋은 카더라 소문이 돌기 시작하는 요즘, LG는 가을마다 매년 이런 흐름을 반복해왔습니다.

작은 것에 휘둘릴 수 있는 것이 팬들이라고 볼 때, 팬 분위기도 솔직히 최악인 것은 맞습니다. 단지 팬들 역시 LG 유니폼을 입었다는 이유로 상처를 받는 것은 다 같다고 생각합니다. 선수도 괴롭겠지만, 팬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시겠지만, LG팬들이 선수들에게 매년 1등을 하라고 주문하진 않습니다. 정말 절대 아닙니다. 절반만 해 달라고 2003년부터 매년 요구를 하긴 했습니다. 더 바라지 않는다, 그냥 절반만 해 달라입니다. 사실 이 부분이 큰 착각인지도 모릅니다.

과거 선배들이 절반 안으로 들어가 본 경험이 많기 때문에, 그래도 쉽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우승까지 바라면 욕심일 것 같아서 우승은 정말 바라지도 않습니다. 가을에 샴페인 터뜨리자가 아니라, 가을 바람만 야구장에서 쐬게 해 달라였습니다. 표 값이 문제가 아닙니다. 그 때가 너무 달콤했는지 아직 저는 1994년 가을에, 젖어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수막 문구 보셨을 겁니다. 아시겠지만, “LG의 우승은 또 내년입니까?”는 없습니다. “LG의 가을야구는 또 내년입니까?”가 대부분입니다. 정말 과한 요구였을까요. 따지고 보면 과한 요구가 아닙니다. 잔인하게 이야기 하자면, 반에서 바닥을 기는 친구들 또는 방심해서 시험을 망친 아이도 정신 차리면 등수를 조금이라도 올려놓습니다. 제가 프로야구 생리를 잘 모르는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선수들에게 수도승처럼 살라고 요구 한 적도 제 주변은 사실 없습니다. 일부 계시지만, 선수들도 사람인지라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더군다나, 술 한 잔 한다고 해서 다음 날 컨디션이 심하게 망가진다고 믿지도 않습니다. 참고로 제 와이프가 LG팬 의사입니다. 그러니, 술을 같이 마시더라도 단합하는 모습을 조금 더 보여서 잘해주기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청문회 사건이 터진 이유로 “우리는 나약해요.”라고 이야기 하는 기사들이 제법 나옵니다. 팬들과 마주치기가 무섭다 또는 가족들과 어디 나가서 밥 먹기가 두렵다는 기사도 보게 됩니다. 물론,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쌍마나 구단 동호회에 가면 “내가 누구한테 훈계를 했다.”부터 시작해서, “정신 차리라고 한 마디 확 해줬다.”는 분들, 사실 보게 됩니다. 그 분들 중 일부는 정말 순수한 의도에서 말씀을 하시겠지만, 섬찟한 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기에, 선수 입장도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정말 선수들이 다른 측면에서 돌아봤으면 합니다. 경기 끝나면 사인 한 장 받겠다며, 선수들이 나가는 정문으로 기쁨의 함성을 내지르는 이들, 그들이 바로 우리들입니다. 모두가 욕만 하는 팬들일까요? 분명 아닐 겁니다. 소수가 다수로 보일 수 있지만, 정말 그렇지 않은 이들도 많습니다. 우리 선수 왜 기 죽이냐고 하는 팬들도 많습니다.

“팬들이 많아 부담스럽다.” 박병호가 트레이드 되고 나서, 연신 좋은 모습을 보여서 사실 기분이 묘합니다. 상대적으로 팬들이 적은 넥센 선수들은 부담감 없이 매 경기를 할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롯데, KIA도 어려웠을 때, 선수들이 힘들다라고 토로한 적 있습니다. 지금이 사실 4강으로 가는 마지막 고비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지금 이 시간이 분명 추억으로 기억되리라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잘했잖아요. 그 예전이 2011년, 2012년이 될 수는 없을까요. 잘해왔습니다. 그러니까, 조금 더 힘을 내주세요. (사진=연합뉴스)

저는 정말 그렇습니다. 우스갯 소리가 아니라, 다수의 팬들 압박에 무관중 속에 야구해서, 4강 갈 수 있다면 야구장 지금부터라도 가지 않을 생각입니다. 답답해도 캔 맥주 사서 집에서 야구를 보겠지만, 그 짐이라도 덜어주고 싶습니다. 솔직히 요즘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입니다.

영어 사전에도 없는 ‘DTD’라는 단어, 사실 조금 짜증도 납니다. 인터넷 댓글 보면 사과와 LG의 원리는 같다라는 이야기도 처음에는 웃어 넘겼지만, 요즘은 울적합니다.

“열심히 하잖아. 그런데 왜 자꾸 뭐라 그래.” 그냥 성적 안 나와 ‘떼 쓰는’ 팬 중 하나라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솔직히 저 지금 ‘떼 쓰고’ 있습니다. 아니 떼를 써야겠습니다. 그렇게라도 4강에 가고 싶습니다.

청문회를 대했던 태도, 청문회 사건 이후 나왔던 기사들, 그리고 투수들은 팔이 빠져라 던지는데 계속해서 이어지는 무기력한 경기들, 가끔은 LG팬들이 가지고 있는 인내력마저 테스트 한다는 인상도 받습니다. 아니면, 선수들이 지금도 얼어있어서, 너무 긴장해서 이렇게 밖에 경기를 보여주지 못하나라는 생각도 사실 듭니다.

요즘 보면 우리 팀은 밖에 나가 실수하거나 잘못 해서 엄마에게 매 맞으러 온 어른들이 모였다는 인상입니다. 그래서 한 편으로는 안쓰럽고, 한 편으로는 속상합니다.

2002년의 준우승은 기적이라고 누군가는 이야기합니다. 맞을지도 모릅니다. 물가는 치솟는데 돈 만원 들고 시장에서 추석 제사상 차린 격이라고 생각, 가끔 합니다. 저 역시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 LG는 꽤 멋진 패자였습니다. 진하게 아쉽지만 그래도 훌훌 털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슬펐지만 나쁘지 않았습니다.

김재현(7), 이병규(9), 이상훈(47)가 그립습니다. 그들도 그립지만, 그들과 함께했던 추억이 정말 그립습니다. 누군가가 떨어져서 4강에 가지 않는 LG, 제발 ‘우리들의 힘’으로 4강에 들어갈 수 있는 LG가 되길 늘 기원합니다.

9년간 쌓인 울화가 치밀어 억울해서 몇 자 남겼습니다. 저를 폭도로, 혹은 부담으로 느끼셨다면 심심한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각설하고, 그러니까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조금 더 추슬러봤으면 합니다. 박종훈 감독님 이하, LG의 건승을 늘 기원합니다. 정말, 선수 여러분 진심 사랑합니다.

[inning ID - junghwan41]

이닝(inning.co.kr)에 편지를 남겨주세요. A4 용지 2장 정도면 됩니다. 야구에 관한 추억이나 하고 싶은 이야기들, 모두 좋습니다.

nathan5377@gmail.com으로 남겨주세요. 사연이 채택되신 분들에겐 추첨을 통해 30만원 상당 스미스 코리아에서 제공하는 스포츠 고글, SA KOREA에서 제공하는 야구 용품, 야구 서적을 선물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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