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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볼 후일담] ② 블레스트, 하이트 맥주를 승리의 축배로 들다
위클리이닝 | 2012-04-20 20:14
<승자의 영광, 그들은 우승컵을 동료에게 바칠 수 있었다. 사진제공 - 하이트볼 챔피언십 조직위원회>
 
2005년 처음 시작해서 지금까지 달려온 사람들이다. 그들은 KT 소속 직원들로 팀의 이름은 블레스트다. 과거 KTF 출신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팀이 KT와 KTF가 합치면서 자연스럽게 KT 산하 직원들의 야구팀으로 거듭났다. 블레스트는 박살내자, 으깨자라는 뜻이 있다고 그들 스스로 설명한다. 기왕 시작한 것 최고가 되기 위해서 달려드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렇게 달렸다. 그 결과가 바로 하이트볼 챔피언십의 결승 진출이었고, 결승전에서 보여준 극적인 역전 승리였으니까 말이다.
 
7년을 함께 했기 때문에 그들은 연습이나 리그에서 호흡이 잘 맞았다고 자평했다. 오랜 기간 함께 했기 때문에 팀이 생길 처음에야 짜증도 내고, 서로에게 화도 내겠지만 이제는 그런 단계를 넘었다. 함께 한 세월이 그들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수비에서 에러가 나오더라도 팀원들에게 짜증을 내는 단계는 이제 지났다. 즐기면서 하기에는 진지하지만, 그렇다고 승부의 세계에 지나치게 몰입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긴, 그게 사회인 야구다. 진지하면서도 현실을 잊는 몽환과 같은 시간이 바로 사회인 야구다.
 
30대 중후반의 아저씨들이 모여서 매일 두 경기 씩 치루면서 버텨왔다. 회사에서 차장, 과장 소리 듣는 사람들이 야구에 대한 열정으로 긴 시간을 함께 해 왔다. 여름의 더위와 가을의 서늘함이 공존했던 하이트볼 챔피언십에서 체력의 한계를 정신으로 버티면서 살아남았다. 김재희 감독은 오래도록 하면서 긴장도 안 하고, 경험이 쌓이면서 노련함으로 체력을 얼마든지 극복한다고 말한다. 또한 많은 경기를 통해 투수들도 키워내고, 좋은 투수들이 나오면서 로테이션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우승의 비결이라고 말한다. 삼성 팬이라고 말한 김재희 감독은 삼성과 많이 유사하다고 밝혔다. 정말 그랬다.
 
다른 사회인 야구팀들처럼 그들도 리그를 통해 실전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하이트볼 챔피언십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선수 출신이 1명 출전할 수 있는 하이트볼 챔피언십 2부리그에서 가장 선전한 3부리그 팀이 바로 그들이었다. 그들 스스로 말하기를 2명이 나오는 일반 리그와 달리 한 명만 나오면, 7년 간 맞추면서 다져진 호흡을 통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물론 3부리그가 2부리그에서 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알 수 없다. 포기하고 3부리그 경기에 더 집중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고, 도전의 의미에서 만날 수도 있겠지만, 야구란 아홉 명이 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선출 한 두 명으로 팀의 흐름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그들 스스로 증명했다. 매 순간 그들은 2부리그 팀들을 상대로 잘 짜인 팀의 조직력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면서 달렸고, 그렇게 다져진 조직력은 비록 살짝 체력은 빠졌을지는 몰라도 3부리그에서 다시 강한 모습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더 많은 경기를 통해 그들은 7년의 호흡을 더 가다듬었다.
 
<대회 초대 MVP에 오른 정대원 선수. 사진제공 - 하이트볼 챔피언십 조직위원회>
 
4강전, 에이스 트위너스와의 타격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남은 것은 결승이었다. 이틀 연속 치러진 4강과 결승전. 상대였던 다원 레인저스의 투지와 의지도 무서웠지만, 그들의 의지도 만만치는 않았다. 한 점을 오가면서 치열하게 전개된 승부는 마지막 회, 블레스트의 끝내기로 승부가 갈렸다. 단 한 번의 승부에 승자와 패자의 희비가 엇갈렸고, 그대로 주저앉은 패자와 달리 승자는 환호했다. 김재희 감독 스스로도 길었던 대회 도중에 많았던 경기들을 제치고, 결승을 가장 힘든 경기로 꼽았다. 양 팀 투수들의 호투와 선수들의 호수비로 인해 처절한 경기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의 말에서 힘겨웠던 승부에 대한 피로가 묻어나올 정도였으니까.
 
사실 그들에게는 이겨야 할 이유가 있었다. 대회 도중 그들은 함께 했던 고 이광수 차장을 저 세상으로 보냈다. 휴가에서 그만 사고로 타계한 것이다. 같이한지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기량을 쌓아서 나오겠다고 말했던 팀원을 그만 그렇게 잃었다. 함께 한 팀원을 이 세상에서 보지 못하게 되자, 저 세상에서라도 우승컵을 보게 하기 위해 그들은 죽도록 덤볐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그리 큰돈은 아니라고 하지만, 우승상금 오백만 원은 적지 않은 돈이다. 그 돈을 받아서 일정부분 먼저 떠나간 동료의 가족들에게 준다면, 그 자체로도 의미 있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질 수 없었고, 질 수 없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고,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마지막에 역전할 수 있었고, 마지막에 역전했기 때문에 그들은 정상에 설 수 있었다.
 
2부리그 16강 진출이 확정되었을 때, 팀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하니, 팀원인 정대원씨는 고맙다는 말과 함께 7년 전 처음 시작했을 때의 초심을 기억하자고 했다. 선수단 구성원은 17명. 정원인 20명을 다 채우지는 못했지만, 그 대신 오래도록 함께 한 사람들과 같이 할 수 있었다. 그 때는 몰랐다. 정대원씨는 대회 최우수선수이자, 타격상을 탈 줄은. 4강전에서 호투하고, 결승전에서도 완투하면서 팀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될 줄은 그 때는 몰랐다.
 
내년에도 대회가 열리면, 팀의 노쇠화로 인해 또 이렇게 우승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밝힌다. 한 해가 지날수록 선수들의 체력이 부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그러나 그래도 그들은 또 도전할 것이다. 직장 다음으로, 가족 다음으로 그들에게 야구는 중요했고, 그 중요한 야구에서 달콤한, 그러면서도 비장한 결실을 맺었다. 그렇기 때문에 야구란 마치 끊을 수 없는 마력의 산물인 것이다. 블레스트가 그랬던 것처럼 2012년에는 또 다른 팀이 이 마력의 정복자가 되기 위해 땀을 흘릴 것이다.
 
2011년 하이트볼 챔피언십 3부리그 챔피언이자, 초대 하이트볼 챔피언십의 우승자는 블레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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