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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볼 후일담] ① 그리고 다원 레인저스의 하이트볼은 끝나지 않았다
위클리이닝 | 2012-04-20 20:11
고백하건대, 다원 레인저스라는 팀은 주목하지 않았다. 그들을 처음 만난 것은 4강전에서의 일이었다. 그 전까지는 ‘아, 이런 팀이 계속 이기는구나, 잘 하는가 보다.’ 그런 정도의 인식이 전부였다. 4강전이 되니, 그들을 안 보려야 안 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자, 진작 만나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그들의 야구는 끈기가 있었고, 해보려는 의지가 있었다. 비록 결승전에서는 단 한 이닝을 막아내지 못해 끝내기 패배를 당했지만, 누가 그들이 못했다고 말 할 수 있을까. 이 자리를 빌려 다원 레인저스의 박명진 코치의 이야기를 종합해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로 한다.
 
<함께 했기 때문에 그들은 준우승이지만, 빛날 수 있었다. 사진제공 - 하이트볼 챔피언십 조직위원회>
 
#1. 하이트볼, 그 여정.
 
매 경기 어렵게 왔다. 선취점을 항상 내줬다. 16강전은 예외였지만, 사실 16강 상대인 스켈레톤에게 먼저 1점을 내니까 바로 2점을 내주면서 끌려갔었다. 그런데도 계속 이기면서 결승까지 올라갔다. 정말 힘들었던 경기의 연속이었다. 쉽게 갈 수 있다고 생각한 경기에도 어렵게 간 적도 많았다. 아니, 상대한 팀들 모두가 쉽지 않았다. 1회전에서 만난 공무원 팀부터 “와, 이게 공무원 팀들 맞아?” 이런 생각을 들게 했으니까. 그리고 예스코 전에서는 앞선다고 주전을 빼고 유격수가 아닌 선수를 유격수에 넣었다가 추격에 혼쭐도 났다. 스켈레톤 전도 그랬고, 8강 상대였던 베이스클론도. 실은 베이스클론 전은 기대를 안 했다. 워낙 잘하는 팀이고, 솔직히 뒤지고 있어서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마음을 비우니까 정말 극적으로 역전승이 나왔다. 그게 야구인 모양이다.
 
작년에 니베아컵을 나가봐서 전국대회도 경험은 해 봤다. 우리 팀은 소위 말하는 선출은 없다. 2006년부터 호흡을 맞추고, 훈련을 해 온 선수들은 있지만. 객관적으로 우리 팀만 보면, 3부 수준에서 선출 없이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 번 2부 리그를 뛰어 봤다. 선출이 두 명 끼는 리그에서도 제법 잘 해 왔다. 거기서도 중위권까지는 성적을 냈으니까. 우리 팀의 축복이라면, 좋은 투수가 많다는 점이다. 노련한 에이스부터 젊은 에이스까지. 나는 팀에서 3번을 치는데, 앞에서 잘 한다면 얼마든지 불러들일 자신이 있다. 지금 여기가 좀 까졌지만, 그까짓거 괜찮다. 이제 두 경기 남았을 뿐인데.
 
<우리에게는 최고의 투수가 있다. 대회 최고 투수에 선정된 다원 레인저스의 정인권 선수. 사진 제공 - 하이트볼 챔피언십 조직위원회>
 
#2. 대회, 양날의 검. 그리고 동료들.
 
대회라는 것은 사실 사회인 야구팀에게는 양날의 검이다. 이게 계속 이기다가 어느 시점에 되면 욕심이 난다. 그러가다 욕심 부려서 이기면 다행이면, 지면 성질도 나고, 다투기도 한다. 항상 그렇게 다짐한다. 싸우지 말고, 실수했다고 감정 가지지 말고, 대회 끝나면 시험 삼아서 여기 나와서 좋은 경험 얻은 것이니 부담 없이 하자고. 우리 팀 분위기가 그렇다.
 
실수하면, 실수해도 벌금을 내게끔 하고, 실수하면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하는 것. 다만 지금은 대회니까 그런 분위기는 좀 자제해야겠지만 8강까지는 그런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했다. 대회지만, 즐기는 야구가 우선이니까. 그렇지만 4강전부터는 진짜 전쟁터다. 여기서부터는 진지하게 해야 한다.
 
사회인야구라는 것이 참 선수들 간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것은 아마 다른 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조기축구는 팀원이 40명이라고 해도 경기당 11명이 뛰고, 체력 소모가 있으니까 결국은 다 뛰게 된다. 하지만 야구는 팀원이 20명이라고 해도 9명은 주전이고, 나머지는 후보다. 같은 돈을 내는데 뛸 수 없으니 자연히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만일 팀원 중에 한 둘이 돈을 더 내서 좌지우지하면서 리그나 팀을 이끈다면, 그 팀은 틀림없이 깨진다. 
 
또 대회 나간다고, 다른 곳에서 선수 영입해서 성적 좀 내겠다고 하면, 역시 팀이 흔들린다. 그렇게 되면 반드시 팀 내에 바보 되는 사람이 생긴다. 이 때 데리고 온 선수들이 계속 잘 하면 모를까, 이들이 1,2년 하다가 없어진다면, 그 때가서 남은 팀원들에게 잘 해보자고 말해도 소용없다. 사회인 야구가 아직 수준이 초보적인 단계인 것이 뭐냐면, 잘하고 못하고를 임의적으로 판단한다는 점에 있다. 그렇게 판단하면 안 된다. 회비 내고 나오면 알을 까고 뭘 하던 일단 우리 팀원이고, 일원이라는 느낌을 주고, 나오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막상 경기에 들어가면 달라지기는 한다. 아무래도 승부니까. 그렇지만, 이게 1:1로 탁구 치는 거 아닌 이상에는 못해도 나가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대회도 함부로 나가면 안 된다. 대회라는 것이 승부가 걸린 경기고, 승부가 걸리면 결국 잘 하는 사람만 쓰게 된다. 우리도 이번에 시화리그를 뛰는데, 시화리그는 포기했다. 잘 못하더라도 나오는 친구들에게 기회를 주고, 대신에 대회에 전력을 쏟기로 한 것이다. 그런 것 없이 그냥 막무가내로 하게 되면 결국 팀에 분란이 생긴다. 솔직히 말해 우리도 니베아컵 끝나고 그런 적이 있었다. 욕심을 내니까 다 벌어지는 일이다. 그래서 항상 욕심내지 않으려고, 겸허하게 하려고 한다.
 
<우리 팀, 다원 레인저스의 하이트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진 제공 - 하이트볼 챔피언십 조직위원회>
 
#3. 우리 팀 다원 레인저스. 그리고 나의 소망.
 
이 대회를 통해 얻고 싶었던 것은 추억이고, 경험이다. 동료들에게 말한다. 어디서 이렇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아본 적이 있느냐고. 그 한 번이 정말 큰 것이다. 그런 의욕, 야구를 통해 해냈다는 느낌을 가지게끔 하고 싶다. 4강전을 앞두고 동생 녀석들에게 그랬다. “니들 오늘 질 거 같다고.” 그러니 무슨 소리냐고, 꼭 이긴다고 한다. 사실 결승에 올라가서 TV에 한 번 나오면 좋을 것 같다. 물론 TV에 나오면 참 이상하게 보인다. 프로야구에 길들여져서 그런지 여기서 보기에 빠른 공도 TV에서는 아리랑볼 그 자체다. TV에 우리가 하는 모습이 나온다면, 욕먹지 않게, 막하지도 말고, 기본자세 잘 취해서 저 팀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오늘은 조금 욕심을 부리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앞으로 평생 우리가 이렇게 이 자리에 다시 설 수 있을까? 좀 더 의욕을 내고 싶다.
 
우리 팀, 솔직히 말해 다른 팀들처럼 부유하지 않다. 팀원들도 회사 다니는 친구, 자영업 하는 친구, 공장에 나가는 친구.. 다양하다. 하지만 모두 부유한 사람들은 아니다. 삼성카드에서 일할 때, 회사 야구팀에서는 장비 값도 많이 지원해 줬지만, 여기서는 모두 우리 몫이다. 이 대회 나온 팀들 중에서도 직장 팀, 전문직 모임도 많았다. 기금을 모아서 연습도 비교적 많이 할 수 있는 팀.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다른 대회에서 우리 팀 분위기를 보고, 천하무적야구단 섭외가 들어왔다. 하지만, 고심 끝에 감독님이 거절했다고 한다. 그들과 경기 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경기 후에 각종 회식이나 여러 준비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회비 내서 그걸로 하는 입장인데, 한 번의 이벤트를 위해 낭비할 수는 없지 않은가. 
 
팀 분위기는 정말 좋다. 정말 착하고, 잘 따르는 후배들이다. 내 소망이라면 나이 먹을 때까지 야구를 하고, 내가 야구 그만두었을 때도, 팀이 유지되어서 팀 OB로서, 학교 선후배들처럼 만났으면 하는 것이다. 야구 때문에 나오는 팀이 아니라 50 넘어서 가진 것은 아무 것도 없어도 야구는 아니더라도 술 한 잔 하고, 만나서 밥이라도 먹는 팀이 되었으면 한다. 항상 말한다. 지금 같이 하는 사람, 허투루 하지 말라고. 감정싸움으로 미워하지 말라고. 언제 어디서 만날지 모르니 야구 실력 가지고 하대하지 말라고. 야구 가지고 뭐라 하는 그 사람이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이니, 잘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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