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스페셜 > 오감도 > 주간클럽야구

 
[하이트볼] 9회말, 포수가 때로는 게임을 끝낸다.
위클리이닝 | 2011-10-06 10:55
동문 대결, 인헌야구단과 단대 팬다스의 경기를 한 단어로 압축하는 말이다. 서울 관악구 인헌초등학교 동문들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인헌야구단과 단국대학교 야구동아리 팬다스 OB모임의 대결은, 대결 이전부터 동문 대결이라는 주제로 기대가 모아졌다.

인헌 초등학교는 현재윤, 손지환 등 많은 프로 선수들을 배출한 야구명문교다. 야구부가 존재하고 학교를 다니면서 매일 야구를 봐왔기 때문에 해당 학교 출신들은 야구와 친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2년 전, 인헌초등학교 동문 모임에서 결성된 인헌야구단은 애교심이 끈끈하다.

인헌야구단의 목적은 야구를 즐기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 인헌초등학교 야구부와 같이 호흡한다는 것을 가장 크게 생각한다. 그래서 인헌야구단은 팀원들이 한푼 두푼 모은 돈을 모교 야구팀에 기부한다. 그들은 이 작은 도움이, 미래의 프로야구 선수가 되는 데 쓰였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초등학교 동창들이 만든 야구단, 그 이름 ‘인헌야구단’이다. 사진 - 하이트볼 챔피언십 조직위원회)

이번 하이트볼 챔피언쉽에 참가한 단대 팬다스는 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사회인야구의 강팀이다. 단대 팬다스 이건희 감독은 "30년이라는 세월이 만들어 낸 끈끈함이 있는 팀이다. 40대부터 20대까지 신구가 잘 어우러져 있는 팀"이라 평했다.

이 두 팀의 경기는 초반에 갈렸다. “단대팬다스는 강팀이라 우리가 이기기 힘들 것 같다.”라는 인헌야구단 감독의 말이 허언이 아니었다. 1회 말 팬다스는 타자 일순 하며 8점을 내는 매서운 공격력을 보여주었다. 적시적소에 터진 장타는 인헌야구단의 예봉을 꺾기에 충분했다.

3회 말 팬다스의 주자가 도루를 시도했다. 인헌야구단 포수 한기섭은 미트에서 공을 빼 있는 힘껏 2루로 공을 던졌다. 포물선을 그리는 공은 힘없이 2루 베이스 앞에 떨어져 굴렀다. 완벽한 세이프. 포수는 “내가 더 잘 던졌더라면.”하고 자책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도루 허용은 포수만의 잘못이 아니다. KIA 타이거즈의 주전 포수 차일목은 “도루 허용의 책임을 포수에게만 전가할 수 없다. 투수가 퀵모션이 느리거나, 타이밍을 뺏기면 아무리 강견이라도 잡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게다가 사회인 야구에서 도루는 루로 출루한 주자에게 주어지는 상품권과 같다.

야구는 흐름 싸움이다. 경기 초반, 기세가 기울면 제 아무리 강팀이라도 흐름을 다시 찾아오기 힘들다. 콜드 위기에 몰려있는 인헌야구단. 4회초 흐름을 뒤집기 위한 기습번트가 나왔다. 기습번트를 전혀 예상하지 못한 팬다스 배터리는 천천히 굴러가는 공을 그저 바라보아야 했다. 무사에 주자가 나간 찬스, 여기서 안타 하나만 터진다면 경기의 행방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흐름은 바뀌지도, 그들이 원하던 동남풍은 불지 않았다. 오히려 도루를 시도하던 주자는 팬다스 포수의 정확한 송구에 막혀 주루사를 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뒤이어 쏟아진 비. 경기는 잠시 중단되었다. 흐름을 다시 찾아올 기회는 여기서 막히고 말았다.

(“수고하셨습니다” 승부와 관계없이 서로를 축하하는 양팀. 사진 - 하이트볼 챔피언십 조직위원회)

이번 대회를 위해 야심찬 준비를 했던 인헌야구단. 운이 없다면 대회 초반에 강팀을 만난 것 뿐 이었다. 하지만 인헌야구단 감독은 “아쉽지 않다. 우리가 부족했던 것뿐이다”이라 말했다. 하지만 패배의 아쉬움보다 더 짙게 남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상금을 타면, 우리가 후원하는 학교에 좀 더 많은 후원금이 갔을 텐데” 인헌야구단 한 팀원의 말이다.

그렇다. 그들의 이번 대회 참가의 목적은 여기에 있었다. 미약하지만 아마야구의 발전을 위해 도움을 주고자 했던 동기, 그것은 야구를 사랑하기에 가능했다. 쓸쓸히 짐을 챙기는 인헌야구단 맞은 편 덕아웃, 손쉬운 승리를 낚은 단대팬다스는 승리를 자축했다. “처음이 절반이라 했는데, 첫 단추를 잘 꿴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승리에 대한 단대팬다스 감독의 한줄 평이다.

승리가 있다면, 그 반대에 패배가 있는 것이 승부다. 그만큼 승부의 세계는 냉혹하다. 그리고 이번 대결 승부의 열쇠는, 양 팀의 포수의 송구에서 비롯되었다. 따라가는 점수, 인헌야구단의 기세가 폭발하는 시점 팬다스 포수의 도루 저지는 추격자들의 의지를 꺾어 놓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물어봤다. 도루 저지할 때 기분이 어땠는지. “연습 때 잘 안됐는데, 실전에 통했다. 순간 이 경기는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팀의 승리에 일조한 것 같아 기분이 너무 좋다”

PS.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혹은 9회가 끝나고 선수들에게 기분이 어떠냐고 물을 때가 있다. 가장 많이 대답을 했던 단어는 다름아닌 ‘가족’이었다. 선수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웃어보이는 이 때, 혹자들은 9회가 끝나면 아버지가 되고, 아들, 형 혹은 동생이 된다.

하이트의 9회말, 동문들이 함께했던 바로 이 날. 그들이 보여준 하이트볼 챔피언십, 이 날의 야구 코드는 분명 ‘가족’이었다. 승부에 집착하는 모습보다는, 서로가 보다듬는 모습. 아들의 숙제를 도와야 한다던 아버지의 진짜 뒷 모습, 우리가 바라던 야구의 따뜻함은 정말 이런 것은 아니었을까.

[이덕기, leedk21@gmail.com]

[ⓒ 야구 미디어 커뮤니티 - 이닝(inni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tal 23
[하이트볼 후일담] ④ 야구 천재 최동원 그리고 김성한
위클리이닝 | 2012-04-20 20:18:15
최동원 전 감독이 별세했다. 향년 53세. 이번 제 1회 하이트볼 사회인야구대회를 이끄는 홍보 대사로서, 그리고 같은 시대를 풍미한 야구 영웅으로서 예상치 못한 최동원 전 감독의 부고 소식에 김성한 전 감독은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
[하이트볼 후일담] ➂ 2부리그, 웰릭스 S가 끝냈다
위클리이닝 | 2012-04-20 20:16:07
어스름하게 땅거지가 젖어들고 있는 일산 대화구장, 제 1회 하이트볼 사회인야구대회 결승전이 심판의 콜과 함께 시작되었다.   인천 사회인야구의 강자 ‘웰릭스S'와 창단 10년의 전통에 빛나는 ’제일연마메츠‘의 대결. 경기 시작 전부…
[하이트볼 후일담] ② 블레스트, 하이트 맥주를 승리의 축배로 …
위클리이닝 | 2012-04-20 20:14:01
<승자의 영광, 그들은 우승컵을 동료에게 바칠 수 있었다. 사진제공 - 하이트볼 챔피언십 조직위원회>   2005년 처음 시작해서 지금까지 달려온 사람들이다. 그들은 KT 소속 직원들로 팀의 이름은 블레스트다. 과거 KTF 출신…
[하이트볼 후일담] ① 그리고 다원 레인저스의 하이트볼은 끝나…
위클리이닝 | 2012-04-20 20:11:41
고백하건대, 다원 레인저스라는 팀은 주목하지 않았다. 그들을 처음 만난 것은 4강전에서의 일이었다. 그 전까지는 ‘아, 이런 팀이 계속 이기는구나, 잘 하는가 보다.’ 그런 정도의 인식이 전부였다. 4강전이 되니, 그들을 안 보려야 안 볼 수가 …
[하이트볼] 9회말, 포수가 때로는 게임을 끝낸다.
위클리이닝 | 2011-10-06 10:55:26
동문 대결, 인헌야구단과 단대 팬다스의 경기를 한 단어로 압축하는 말이다. 서울 관악구 인헌초등학교 동문들을 주축으로 만들어진 인헌야구단과 단국대학교 야구동아리 팬다스 OB모임의 대결은, 대결 이전부터 동문 대결이라는 주제로 기대가 모…
[하이트볼] 9회초, '오마이갓' 야구에도 신은 있다.
위클리이닝 | 2011-10-06 10:54:04
당신은 신앙이 있는가, 천주교 신자인가. 그렇다면, 만일 성당에서 야구 좋아하는 이들과 캐치볼 한 번쯤은 꿈꿔봤는가. 월정사 소림 야구단은 잘 알려졌지만, 성당 야구단이 있다는 사연은 찾기 어려웠다. 그러나, 여기 오마이갓이라는 이름으로 …
[하이트볼] 8회말, 성취와 미련 사이에서 성취를 택하다. 에이스…
위클리이닝 | 2011-10-06 10:50:08
뜨거운 여름의 햇살 속에 펼쳐진 하이트볼 챔피언십도 4강에 이르렀다. 사회인야구는 즐기기 위해서 야구를 하는 것이라 하지만, 단 두 번의 승리만 거두면 우승할 수 있다는 생각은 사람들을 긴장케 하는 듯하다. 에이스 트위너스 선수들도 살짝 …
[하이트볼] 8회초, 팀 스피어스. 야구는 나를 버려야 한다.
위클리이닝 | 2011-10-06 10:48:45
누군가 묻는다. 왜 야구를 시작하게 되었느냐고. 야구를 시작하게 된 것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생각해보면 경기도 의정부에 위치한 경민 고등학교 친구들이 중심이 되었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사실 그 때는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
[하이트볼] 7회말, 만나서 반갑습니다. 충주 애플스.
위클리이닝 | 2011-10-06 10:47:04
충주와 야구의 연관 관계는 얼핏 생각하면 찾기 쉽지 않다. 성심학교 야구부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상당수는 인구 20만 가량의 크지 않은 도시에 야구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있겠냐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이 얼마나 틀린 것인지를 ‘…
[하이트볼] 7회초, 하이트볼 챔피언십 춘천 휘모리팀과 만나다.
위클리이닝 | 2011-10-06 10:44:06
“서울이 곧 대한민국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거의 모든 종류의 뉴스는 서울 중심이다. 여행 가이드도 자세히 보면 서울에서 출발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대다수다. 중요한 사건도 서울에서 벌어지면 더 화제가 된다. 당장 연예인들의…
[하이트볼] 6회말, 리더스가 들려주는 사회인 야구 이야기.
위클리이닝 | 2011-09-22 12:03:20
리더스는 PC통신 시절부터 지금까지 야구를 해 온 팀이다. 선수는 비록 많지 않아도 합심하여 대회를 치렀다. 아쉽게도 이길 수도 있던 경기를 결국 내줬다. 그렇지만, 얇은 선수층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한 그들의 모습은 빛났다. 다소 뜨거웠던 …
[하이트볼] 6회초, 챔피온스, 야구하기 좋은 날 in 하이트볼
위클리이닝 | 2011-09-22 12:01:05
농구 선수 서장훈은 원래 야구 선수였다고 한다. 하이트볼 챔피언십을 많이 도와주신 불세출의 대 투수 故 최동원 선수는 원래 축구를 하려고 했었다고 한다. 운동선수 중에서 처음부터 한 우물만 판 선수도 있겠지만, 아닌 경우도 상당히 많다. 대…
[하이트볼] 5회말, 그들의 개성이 하이트볼에서 빛날 때
위클리이닝 | 2011-09-22 11:59:58
일반적으로 사회인 야구팀은 사실 이름이 특이하지 않다. 한 번에 이름을 기억할 수 있는 팀보다는 어디서 많이 본 이름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프로야구 팀처럼 앞에는 자신들의 명칭, 뒤에는 별칭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 사실 보고 듣는 야구 …
[하이트볼] 5회초, YESCO 하이트볼에 도전하다.
위클리이닝 | 2011-09-22 11:58:52
사회인 야구단의 유형을 정리한다면, 동네 친구들이 모여서 하는 유형, 학교 선후배들이 모여서 한 것이 이어진 유형, 그 지역 사람들끼리 모여서 하게 된 유형, 비슷한 집단(이를테면 교회나 성당, 절과 같은 종교 단체라던가 특수한 직종들의 모…
[하이트볼] 4회말, 나는 시민유빠스다. 그리고 나는 야구를 한다
위클리이닝 | 2011-09-22 11:57:20
사람들은 정치를 혐오한다. 정치와 일면식이 없어 보인 사람들이 정치에 뛰어든다고 하자, 열광적으로 지지를 보내는 모습에서 그 일면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정치인이었던 사람은 없다. 그들도 처음 정치에 입문했을 때는 정치와 연관 …
 1  2  
  
자동로그인
최형석의 옛날 야구 이야기
이창섭의 MLB마에스트로
하이틴 베이스볼
주간클럽야구